은진이의 일상log

[인사이드 스토리]"무료배달 좋은데"…소비자 단체는 왜 '반발'하나

와우 아닌 일반회원까지 한시적으로 배달비 무료
한소협 "입점업주 부담 커지면서 실제론 음식값 인상"
2024년 패턴 반복 우려…입점업주도 반발 예상그래픽=비즈워치무료면 좋다?

배달앱 시장 2위인 쿠팡이츠가 '무료배달' 혜택을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쿠팡이츠는 현재 쿠팡 유료 멤버십 '와우'회원에게만 무료배달 혜택을 제공 중인데요. 오는 8월까지 한시적으로 이 혜택을 와우 가입자가 아닌 일반 회원에게도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와우 한 달 이용료 7890원을 내지 않더라도 쿠팡이츠의 무료배달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는 의미입니다. 쿠팡이츠 입장에서는 그동안 와우 멤버십 비용 때문에 주저했던 소비자들을 끌어들여 신규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배달비가 '0원'이라니 소비자 입장에서도 환영할 만한 소식일 겁니다. 그동안 와우 회원 가입을 하지 않았던 소비자들은 이참에 배달비 없이 보다 저렴하게 쿠팡이츠를 한번 이용해볼 수 있겠죠. 실제로 소비자주권시민회의라는 시민단체는 지난 19일 성명을 통해 "(무료배달 확대는)소비자 부담 완화에 긍정적"이라며 "배달의민족과 요기요도 동참하라"고 촉구했죠.

하지만 다른 소비자 단체인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한소협)의 반응은 정반대였습니다. 한소협은 지난 20일 입장문을 통해 쿠팡이츠의 무료배달 확대를 강하게 반대했습니다. '배달비 무료가 사실상 외식·배달 가격 상승 효과를 낳는다'는 이유에서입니다. 한소협은 소비자교육중앙회, 한국여성소비자연합, 소비자시민모임 등 12개 소비자단체가 참여하는 국내 대표 소비자 관련 시민단체입니다.

0원 아니다

배달비가 공짜라는데 왜 소비자단체가 반대하는지 의아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한소협의 논리는 이렇습니다. 무료배달은 명목상 배달비 0원이라는 것일 뿐, 실제로는 인상된 멤버십 회비와 음식 가격을 통해 소비자가 직·간접적으로 배달비를 부담하는 구조라는 겁니다.

한소협은 무료배달에 대해 '배달비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숨겨진 것'이라는 입장입니다. 한소협은 2024년의 사례를 예로 들고 있는데요. 그해 3월 쿠팡이츠가 와우 회원을 대상으로 무제한 무료배달을 도입한 후로 배달앱 시장의 수수료 인상과 유료 멤버십 비용이 상승했다는 주장입니다.

실제로 당시 후발주자였던 쿠팡이츠가 무료배달을 도입하면서 시장을 흔들어 놓자 업계 1위인 배달의민족까지 이 무료배달 경쟁에 뛰어들었습니다. 문제는 무료배달에는 비용이 든다는 점입니다.

쿠팡 분기 실적/그래픽=비즈워치양사의 경쟁이 치열해진 데다, 비용까지 상승하자 이들은 중개수수료를 올렸는데요. 배달의민족은 수수료를 기존 6.8%에서 쿠팡이츠와 동일한 9.8%로 올렸습니다. 무료배달 경쟁이 결국 수수료 인상으로 이어진 겁니다.

이 수수료 인상은 큰 논란을 낳으면서 정치권까지 번졌고요. 정부 주도로 배달앱 상생협의체까지 꾸려졌습니다. 상생협의체를 통해 중개수수료는 7.8%까지 낮아졌지만 이는 여전히 기존 6.8%보다는 높은 수준입니다. 무료배달이 배달앱 입점업주들의 부담을 키운 셈입니다.

입점업주들이 높아진 수수료를 혼자 감당하긴 어려웠을 겁니다. 그래서 일부 업주들은 배달앱 주문 가격을 매장 가격보다 높게 책정하는 '이중가격제'를 도입했는데요. 한소협이 지난해 치킨 프랜차이즈의 이중가격 운영 실태를 조사한 결과, 배달앱 판매 가격은 메뉴당 평균 약 2000원 높았다고 합니다. 일부 메뉴에서는 5000원 이상 차이가 나는 사례도 확인됐다고 하죠. 결국 무료배달이 배달앱 입점업주의 부담을 키우고 그 결과로 소비자가 더 비싼 음식값을 내게 된 겁니다.

한소협은 같은 시기에 쿠팡 와우 멤버십의 가격이 오른 점도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쿠팡이츠는 2024년 무료배달을 시작한 후 그해 4월 와우 멤버십 가격을 월 4990원에서 7890원으로 올렸습니다. 인상률은 58%에 달했습니다. 쿠팡이츠 이용자는 멤버십 회비 인상과 음식값 인상을 동시에 부담하게 된 셈입니다. 한소협은 이를 두고 "소비자의 이중 부담"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입점업주도 '반대'

배달앱 입점업주들도 쿠팡이츠의 무료배달 확대에 대해 비슷한 우려를 하고 있습니다. 공정한플랫폼을위한사장협회(공플협)는 지난 21일 입장문을 통해 "무료배달은 소비자 혜택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 비용이 시장 전체에 숨겨져 전가되는 구조"라며 "무료배달 경쟁이 심화될수록 업주는 음식 가격 인상, 양 축소, 원가 절감 압박에 내몰린다"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공플협 외에도 배달앱 상생협에 참여 중인 다른 단체들도 현재 쿠팡이츠 무료배달 확대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앞서 이 상생협에 참여 중인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역시 지난 4월 입장자료를 통해 "무료배달 명분으로 결국 자영업자 수수료 부담이 늘어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며 무료배달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죠.

정치권 역시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도 같은 날 성명을 내고 "명목상 배달요금만 0원일 뿐 실제 비용 부담은 고스란히 입점업체로 넘어가고 있다"며 "쿠팡이츠는 가짜 상생 판촉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습니다.

물론 쿠팡이츠는 입점업주들의 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쿠팡이츠는 이번 무료배달 확대에 대해 "고객 배달비를 쿠팡이츠가 전액 부담한다"고 강조했는데요. 2024년에 무료배달을 도입한 후에도 비슷한 주장을 내세운 바 있습니다.

우아한형제들 연간 실적/그래픽=비즈워치실제로 쿠팡이츠가 배달비를 전액 부담한다면 입점업주 입장에선 나쁠 게 없을 수 있습니다. 기업이 마케팅 비용으로 배달비를 대신 내주는 것이니까요. 문제는 그 이후입니다. 2024년 무료배달 도입 이후 배달앱들의 수수료 인상이 이어졌던 전례가 있습니다. 관련업계에서는 이번에도 비슷한 패턴이 반복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겁니다.

한소협도 배달앱들의 이런 패턴이 반복된다고 경고했습니다. 할인과 무료 혜택을 앞세워 이용자와 입점업주를 확보한 후 시장 지배력과 락인 효과가 형성되면 수수료를 인상한다는 거죠. 한소협은 "이번 무료배달 확대 역시 소비자 편익 확대라는 명분 아래 이용자를 확보하기 위한 공격적인 시장 확대 전략"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쿠팡이츠는 이번 무료배달 확대를 '한시적'인 프로모션이라고 밝혔는데요. 고유가·고물가 시기에 소비자 부담을 일시적으로 줄여주겠다는 취지라고 하죠. 하지만 이 무료배달 프로모션이 정말 8월에 끝날지는 알 수 없습니다.

쿠팡이츠가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무료배달을 연장한다면 경쟁사인 배달의민족도 대응에 나설 수밖에 없을 텐데요. 이 경우 2024년처럼 또 양사의 경쟁이 치열해져 광고비 인상, 프로모션 압박 등으로 이어지면서 또 입점업주들과 소비자의 부담이 커질 수도 있겠죠. 쿠팡이츠의 무료배달 확대 프로모션이 끝나는 8월 이후 우리 배달앱 시장이 또 어떻게 요동칠지 지켜봐야겠습니다.

Copyright ⓒ 비즈워치.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경제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추천 글